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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2 19:32

1.

광주에 다녀왔다. 시제. 다들 나를 보고 걱정이다. 니 대장 그리되서 어쩌냐고. 걱정없다고 했다. 엄마는 굳건히 노무현편이고, 아버지는 검찰 저것들이 미쳤다고 하셨다.

2.

한겨레든 경향이든... 언론쟁이들더러 노무현 편들라고 하지 않겠다. 아무도 왜라고 묻지 않는다. 어느 언론도 검찰의 발표를 두고 왜 라는 의문을 갖지 않는다. 그들의 말을 지금 브리핑 하지 않으면 낙종이 되기 때문인가?

3.

라쇼몽이라는 영화가 있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숲속에서 살인이 있었다. 그 살인 현장에 있었던 7명(5명이던가?)의 말이 모두 달랐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거장 아키라는 물었다. 진실은 무엇인가?

4.

알수 없다는 말을 하기 위해 이런 영화를 찍었을까? 아니다. 살인은 하나이지만 사람마다 달리 보고, 기억한다는 뜻이다. 그게 다인가? 아니다. 내게 이영화의 메시지는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비록 그렇게 하고도 알수 없는 미궁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거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영화의 서사는 완성되지 않는다. 감독은 각자 달리 말하더라도 그들 모두에게 공평하게 무엇을 보았는지를 물었고, 공평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옮겨 보여주었다. 그런 후에 묻는다. 진실은 무엇일까요?

5.

한국에서 라쇼몽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필연이다. 만들수 없다. 한국의 언론은 검찰의 이야기만 전한다. 검찰의 브리핑에 등장하는 사람들, 피의자이건 용의자이건 혹은 목격자이건... 아무도 제 이야기를 펼쳐보일 기회를 얻지 못한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한국에 구로자와 아키라는 없다! 따라서 라쇼몽도 없다. 대신 오직 검찰 마이크만 켜져 있다. 그리고 검찰 이야기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왜?"라고 묻지 않는다. 왜냐고 물으면 언론 노릇을 할 수 없는가?

6.

노무현 대통령은 당신의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렸다.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저는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입니다. 참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7.

기무라타쿠야 주연의 일본드라마 중에 히어로라는 게 있다. 중졸의 괴짜 쿠리우 코헤이 검사가 주인공이다. 본 편에서인지, 2006년 스페셜편이었는지, 아니면 2007년 개봉한 영화판에서였는지 헷갈린다. 하여간 쿠리우 코헤이 검사의 이런 대사가 기억난다. 워딩은 틀릴 수 있다.

 

"변호사는 의뢰인이 범인이 아니라는 걸 입증할 의무가 없지만 검사는 피의자가 범인이라는 사실에 한 점 의심을 받지 않을때까지 조사해서 입증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가 억울해지기 때문이다."

 

쿠리우는 말하고 있다. 피의자가 범인인지 아닌지를 밝히기 위해 그가 진범이 아닐 수 있다는 의문에 답해야 하는 것은 검사라고. 검사여야 한다. 

8.

대한민국에서는 반대다.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과 격리된 상황에서 범죄자로 의심 받는 사람이 자신의 말이 진실임을 입증해야 한다.

나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내가 그런 짓을 했다고 하려면, 증거는 검찰이 찾아야 하는게 상식이다. 

백번 양보해서 A도 피의자고 B도 피의자면, 공평하려면 최소한 둘의 말 모두를 의심히야 하고, 각자의 주장이 맞는지를 제3, 제4의 인물과 물증을 통해 확인하고 대조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과정은 과감히 생략된다. 이미 검찰이 억류한 피의자 A가 했다는 말만 편리하게 검찰에 의해 사실이 되어 버리는 상황에서 B는 A의 말이 사실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미쳤다.

9.

노무현은 상식과 원칙을 말했고, 그의 대통령 당선은 그에 대한 지지였다. 하지만, 임기 5년이 지나고, 그 뒤로 1년이 더 지난 지금.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원칙과 상식을 말하지 않는다. 지키지 않는다. 오직 노무현만 원칙과 상식을 외치고 있다. 이런 비극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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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9 09:09

장기하의 이름 석자만 알고 노래는 한 번도 들어본적이 없이 그의 음반을 구입했다. 서태지의 8번째 아트모스 두번째 파트를 사고 문득 장기하 생각이 났다. 망설였다. 정말 노래를 들어 본적도 없이 그냥 유명세(?)만으로 음반을 샀다가 꽝나면 돈 아깝잖아. 그럼에도 사기로 한 것은 10asia와의 인터뷰에서 장기하가 했다는 말, "내가 우리 대중음악 활성화를 위해 음악하는 것도 아니고" 때문이었다. 인터뷰도 읽지 않았다. 제목을 보고 풉~ 하고 웃었다. 인상적이더라.

 

우리는 그렇게 살지 못했다. 우리들?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386언저리에 있는 나 같은 사람. 얼마전까지만해도 영화 한편을 골라도, 봐줘야 할 것 같은 영화를 고르곤 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세상에 좋은 일을 해야 할것 같고, 모범을 보여야 할 것 같은...내 선택이 우리편을 이롭게 하리라는 자만...그리고 그것은 오만.

 

근데 이 젊은이가, 자기의 음악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거부했다. 그져 지 좋아서 꼴리는대로 한 것 뿐이고, 세상이 제 노래에 환호한다면 그걸로 좋은 것이라고. 발랄했다. 되발아진 그런 반응이 오히려 신선했다. 물론 내가 일하는 곳에 그런 젊은이가 있으면 견디지 못할지도 모른다. 길들이려 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하는 나랑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그의 음악을 할 뿐이며, 그 판에서 제 노래에 나오듯 선지자가 되라고 강요받기 싫은 것이다. 그 점에 끌렸다. 세상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나랑 다른 종류로 반응을 보이는 인간. 기성에 심각하게 맘먹고가 아니라 툭~ 한방 날리고 껄렁거리는 느낌?

 

집에서 서태지의 음반을 먼저 들었다. 이젠 익숙했다. 네이쳐 파운드. 현란하고, 섬세하고, 귓밥 채워진 허접한 내 귀마져 시원하게 하는 건 여전했다. 바로 그 익숙함때문인지 첫번째 파트의 싱글앨범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은 모양이다. 내가 그 음반을 미친듯이 반복해 듣지 않는 것이 그 증거다.

 

이어서 장기하. 서태지 뒤에 들은 것이 잘못된건가? 모르겠더라. 느낌이 밋밋했다. 한 번 듣고 말았다.

 

그랬는데....월요일인가? EBS스페이스 공감에서 장기하의 공연을 보았다. 놀랐다. 와~~~ 뭐냐 이 소리는? 80년대 송골매의 소리가 들렸다. 산울림같기도 했다. 장기하는 자기들의 음악을 포크락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다닌다고 했다. 아하~~ 그랬구나.... 어쩐지.... 해미메탈이 뭔지 잘모르고 매탈리카가 누군지 모르며, 펑크락하고 구분도 잘 못하지만 서태지를 따라서 강하고 쎈 소리에 길들여져 있다가 장기하와 얼굴들이 들려주는 소리는 확실히 담백했다. 기교도 없고,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친숙했다. 내가 이해하는 수준으로만 말하자면 요즘 그의 노래에 대한 열띤 반응은 이상한 두 가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만드는 불협화음의 매력에 이끌린 결과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까 소리는 70, 80년대적이라고 할만큼 질박하고 순수해서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데, 가사와 무대에서 보여주는 포퍼먼스는 무척 21세기 적이다.

 

이 두 요소는 썩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잘 어울린다.

 

다음날 출근 길에 MP3로 '별일없이 산다'를 들으면서, 헤실헤실 웃었다. 사람들이 반하는 이유가 다 있구나. 이거 정말 대단한 월척이군. 안샀으면 후회할뻔했다. 와...이건 뭐... 화려하고 풍요로운 것처럼 보이나 어설프게 구멍난 서울의 뒷골목을 쓰래빠에 츄리닝 바람으로 어슬렁거리는 꿈도 없고 별로 잘나지도 않은 것 같은 2009년 대한민국 청춘 군상들의 일과와 감성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특히 싸구려커피. 단편소설 한편을 읽고 단평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았다. 내 귀에 들리는 노래가 눈 앞에서 그림이 되었다. 와...감동적이었다!!

 

영혼이 빠져버린 샘플링된 전자음 천지의 대중가요들 중에서, 이렇게 현재 자신들의 모습을, 생각을, 감성을, 그렇다고 각잡고 폼잡고 근엄하거나 비장하지도 않게, 그까이것 덤덤하게, 풍자와 해학으로 세상에 엿먹이고 넵다 도망치는 치기로, 달짝지근이 아니라 들쩍지근한 평범한 남자의 말도 못해보는 사랑을, 손잡고 걷다가 사뿐하게 입맞추는 데이트를, 때로는 찌질하고 궁상스러워서 오히려 코끝 찡하다가 별 일없이 별 걱정없이 산다며 약올리는 싱거운 도발 속에 진심을 담은 노래, 들어 본지가 얼마만인가... 아니 그런 노래가 우리 대중가요에 있기는 했던가?

 

서태지를 좋아한다. 새로움을 쫓고 자기 소리의 완성을 위해 헌신하는 프로여서 그가 좋다. 그의 고민은 범 우주적(!)이다. 새로운 인류의 탄생과 천지창조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은유로 가득차 있다. 장기하의 얼굴들이 들려주는 소리는 순박하다는 느낌이 들정도이지만, 그러나 나의 일상은 서태지가 아니라 장기하에 가깝다. 우리들 대부분이 그렇다. 오늘 더 많은 이들이 서태지가 아니라 장기하에 환호하는 이유는 그런 동질감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나씩 사서 들으시라. 원래 질릴때까지 반복해 듣는 습관이 있는데, 당분간은 장기하 노래만 듣고 살 것 같다.  절약해야 겠다. 공연장 쫓아 다닐려면 바쁘다. 장기하와 얼굴들 공연도 봐야 하고, 우리 현중군의 무대도 봐줘야 한다. 아....이런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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