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철학의 문]


이 책은 철학에 대한 책이다. 철학책이다. 그러나 철학을 말할 때 흔하게, 쉽게, 관습처럼 묻는 “철학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곧바로 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또, 철학이 어떠해야 한다거나, 그리스 시대부터 이름도 어려운 고대 철학자들의 이름을 주워 삼키며, 그들이 내린 철학의 정의에 대한 주석을 철학의 모든 것인 양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아는 철학자는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의 주인공은 철학자(저자는 이들 일반을 ‘자칭 철학자’라고 부르고 있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바로 ‘철학’, 혹은 우리가 철학이라고 부르는 ‘사유’라는 존재, 그 자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처음부터 철학의 정의에 대한 갑론을박 대신, 철학이라는 사유가 놓인 현실을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저자가 보기에 “철학은 예나 지금이나 오직 인간으로 말미암아 인간 세계에 존재할 수 있고 이후에도 오직 인간을 통해서만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데도, 그 인간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불가사의한 현실에 존재하고 있다.”


철학이 인간과 함께 인간 속에서 탄생한 후 본래, 본질상, 처음부터 이런 기막힌 운명을 타고난, “초대받지 못한 자”였을 리 없다. 저자에 따르면, 만약 그랬다면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한 순간부터 철학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지는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철학이 자신의 근거지이자, 근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인간-인간 말고 지구상에 아무 생명체도 철학을 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에게 환영은 커녕, 꼭 철학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식으로 부정당하고 있는 것일까?


이처럼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철학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한테 ‘철학은 인간에게 정말 존재해야 하는지’ 존재 자체를 뿌리째 부정당하는 질문을 당하는 처지에 놓인 철학을 목도한 것을 계기로, 철학세계에 들어가 도대체 ‘철학이 무엇인지’를 밝히려는 간절함에서 비롯하였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의 시작과 집필의도가 이렇다고 하여도 이 책은 곧바로 철학이란 무엇이라는 식의, 요즘 세태에게 먹히는 140자 내외 짧은 단문은 아닐지라도, 처음부터 곧이곧대로 직설적으로 그에 대한 답을 찾자고 선동하거나, 기존 철학서들에 넘치는 고답적이고 난해한 개념을 늘어놓지 않는다. 대신 오히려 무모하다 싶을 만큼, 철학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여행자가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챙겨야할 두 가지는 지도이고 나침반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자기가 지도 위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알지 못하는 여행자가 목적지엔들 제대로 도착할 리가 없다. 마찬가지로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한 여정을 떠날 때 먼저 할 일은 철학에게도 자신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인식을 거쳐 알게 된 것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라면, 다시 말해, 인간에게서 필요성을 부정당하거나, 인식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면, 다음은 남 탓이 아니라 바로 철학 자신부터 반성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2장에서 철학이 해야 할 자기반성이 무엇인지를 고찰한다. 그런 후 인간에게도 철학을 인식하지 못하는, 부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반성할 것이 없는지를 살핀 다음, 앞장에서 반성적 성찰을 하면서 철학에 대해, 인간에 대해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 의문을 해소한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철학인과 철학의 관계에 대해 논증하고, ‘철학인이 하는 철학’이 무엇인지에 한 발 다가선다. 저자에 따르면 철학은 철학화 된 인간이자 인간화된 철학인 ‘철학인’의 의식으로 인간에게 존재한다. 그러므로 철학인이 인간 속에 태어나기까지 과정에 깃든 철학의 뜻을 밝힌 부분은 이 책의 백미이자, 핵심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이 책에는 ‘철학이란 무엇인지’와 관련하여 저자가 독자에게 들려주는 한 가지 팁이 있다. 철학세계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철학의 관문 앞에 내걸려 있는 요구 조건을 또박또박 일러주고 있으니,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철학인이 탄생하기까지 인간 인식의 여정을 따라가노라면, 철학인이란 결국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 안에 자연스럽게 생긴 자유의지로 상대방은 물론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여 성찰할 줄 아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철학은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심지어는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자기 생명까지도 다하여 인간의 길을 가는 철학인들의 맑은 생각과 여린 마음을 영양분으로 삼아 인간세계에 태어나고 그들이 인간세계에 있는 동안만 존재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그런 인간, 바로 철학인의 한 본보기로 고 노무현 대통령을 들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가 철학적 인식의 주인을 굳이 ‘철학자’가 아닌 ‘철학인’이라고 명명한 이유와도 관련 있다.   


이민태 지음l신국판l무선l312쪽l값 12,000원

2013년 1월 10일 발행lISBN 978-89-969348-0-6 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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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지금의 세계가 '사람 사는 세상'이 되게 하는 데 언뜻 보면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철학을 밝히는 일을 하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고, 세상은 어떻게 '사람 사는 세상'이 될 수 있는지를 인간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가는 데 철학이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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